
난소암, 수술만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
난소암이란 여성생식기관인 난소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말합니다. 난소암은 어느정도 진행이 되기 전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암이 복막까지 퍼졌을 경우, 단순한 수술이나 항암치료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눈에 보이는 종양은 제거할 수 있지만,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 미세한 암세포들이 복강 내에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수술 후 복강 내에 직접 항암제를 넣어 치료하는 방법, 즉 하이펙(HIPEC)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이펙 치료는 수술 직후 일정 온도로 데운 항암제를 복강 안에 순환시키며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온도는 약 42도 전후로 유지되며, 고온의 환경이 항암제의 흡수율을 높여줍니다. 약 90분 정도 복강을 돌며 미세한 잔여 암세포들을 제거하게 되죠. 일반적인 항암치료는 약물이 전신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지만, 이 방법은 암이 있었던 복막 부위에 직접 작용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하이펙 치료, 실제로 어떤 도움이 될까?
실제로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진행된 연구들에서는 하이펙을 병행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재발률이 낮고 생존율도 더 높았다는 결과가 보고됐습니다. 특히 3기 이상의 진행성 난소암이나 복막암에서 수술 후 하이펙을 적용했을 때, 장기 생존율 향상과 무병 생존 기간 연장 효과가 있다는 점이 여러 차례 입증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상급종합병원들을 중심으로 임상 적용이 확대되고 있고,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좋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이 치료는 수술 직후 즉시 시행되기 때문에 복강 내 유착이 일어나기 전, 남아 있을 수 있는 세포들을 잡아낼 수 있는 ‘골든타임’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수술 중 바로 연결해서 항암제 순환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미세한 잔존 병소를 빠르게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부작용 측면에서도 정맥 항암치료보다 부담이 적은 편이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약물이 전신을 돌지 않고 복강에만 국한되기 때문에, 전신 독성이나 면역계 억제 등의 문제가 비교적 적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고온으로 인해 체온 이상이나 장기 손상 등 주의가 필요한 점도 있습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신장 기능 저하나 수분 불균형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시술 전후의 모니터링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온도 조절, 약물 농도 유지, 순환 속도 등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하이펙 기기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치료 안정성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또한 수술 전 준비 과정에서 환자의 체력과 전신 기능을 충분히 고려해 맞춤형으로 조절하는 프로토콜이 도입되어, 부작용을 사전에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복강경을 활용한 ‘라이펙(LIPEC)’이라는 방법도 있습니다. 절개 범위를 줄이면서도 하이펙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복 속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환자들에게는 더 적합한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복강 내 유착이 심하지 않은 초기 단계 환자에서는 특히 이 복강경 기반의 방식이 회복 기간을 단축시키고 입원 일수를 줄여줄 수 있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난소암 하이펙 수술 반복 치료도 가능할까?
의외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이 치료를 반복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네. 정맥 항암을 주기적으로 하듯이 하이펙 역시 일정 간격으로 복강 내에 항암제를 다시 투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항암제 스케줄에 맞춰 두세 차례 이상 복강 내 투여가 이루어진 사례들도 있습니다.
물론 무작정 반복할 수는 없습니다. 환자의 전신 상태, 종양의 반응성, 이전 치료의 효과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하며, 치료 간격이나 약물 종류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이펙 수술이 한 번으로 끝나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조금 내려놓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치료 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복강 내에 항암제를 반복적으로 투여한다고 해서 유착이나 부작용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암이 잘 조절되면 복막 유착이 줄어드는 경향도 있다는 점에서, 관리가 잘 이뤄진다면 안정적인 반복 치료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하이펙 수술은 요즘 들어 암 치료 중에서도 ‘전략적인 한 수’로 불릴 만큼 주목받고 있는 방식입니다. 기존의 항암치료가 갖는 한계를 어느 정도 보완해주면서도, 부작용은 줄이고 생존율은 높일 수 있다는 점이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죠.
하지만 이 치료 역시 모든 사람에게 정답은 아닙니다. 언제, 어떻게 시행할지, 누구에게 적용할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나에게 맞는 치료법을 의료진과 함께 충분히 상의하고 결정하는 일입니다.
하이펙 수술은 그런 선택지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삶을 바꾸는 결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있습니다.